☁️ 혜
자주 읽고 잃어버리는 사람. 새벽 공기, 여름보다 겨울, 왕가위와 장국영, 홍콩과 러시아, 눈보다는 비, 겨울의 아네모네.
박시하 「사라지는 입술」
Literature 2020.06.02

ㅤ어느 날 롤로는 입이 없어졌다

ㅤ노래를 부를 수 없자

ㅤ메이를 그리워할 수 없었다

ㅤ자신이 롤로라는 것도 잊었다

ㅤ밤이면 잠을 덮고 달빛을 피했다

ㅤ오로라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

ㅤ어둠뿐이었다


ㅤ별을 지은 적이 언제였던가

ㅤ들리는 건 검은 강물의 신음 소리


ㅤ목포 앞바다를 보고 싶어

ㅤ흘러간 노래를 목청껏 부르거나

ㅤ바다를 향해 걸어들어가고 싶다

ㅤ일몰은 언제나 말하지

ㅤ오늘의 끝

ㅤ밤의 시작

ㅤ낮고 분명한 종말이라고


ㅤ슬픔이 그려질 수 있을까?


ㅤ메이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ㅤ그 낡은 운동화는 그만 신었으면 좋겠어

ㅤ슬픔으로 걷고 있는 것처럼 보여

ㅤ납을 녹여 먹었으면 좋겠어

ㅤ쓰디쓴 독을 마시고 서서히 죽어갔으면


ㅤ등에 번진 검푸른 무늬는

ㅤ너의 발자국이겠지

ㅤ별이 으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ㅤ그것이 사랑이었을지

ㅤ어떤 형벌이었을지는 알지 못했다

ㅤ노래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ㅤ롤로는 스스로에게 입을 맞추었다


ㅤ사라지는 입술로